그 정체는 대기권을 뚫고 들어온 15~18m 크기의 소행성 군단이었다. 소행성들은 부스러지듯 산산조각나며 전세계에 운석우를 내렸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 불덩이 때문에 도로와 다리를 포함한 여러 시설물이 파괴되었고, 국가마다 최소 1000여 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도시는 유리창이 깨지고 폭발하는 소리, 비명지르는 소리로 온통 아비규환이었다. 핵시설이나 발전소가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비교적 멀쩡하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전례없이 인명피해를 낳은 세계적 재난이었기에 각 국가가 긴급태세를 선언했다. 그리고 구조팀을 꾸려 사람들을 구출해나가기 시작했다.
6월 10일. 군인과 공무원, 기업,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덕분에 구조 작업을 어렵사리 마무리짓고 있었다. 한편, 운석을 회수한 여러 국가연구소와 대학 연구팀은 운석에서 알 수 없는 신물질을 발견했다. 연구 끝에 그것이 지구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우주 화합물질이자 상온 초전도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온 초전도체. 오버 테크놀로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에너지 소재. 상용화한다면 인류 문명은 큰 전환점을 맞을 터였다. 과학자들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며 상온 초전도체를 해명하기 위해 연구했다.
8월 23일. 마침내 신물질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신물질에는 '언옵테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들은 언옵테늄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지 몰랐으나 언옵테늄으로 바뀔 미래상은 알았다. 모든 뉴스가 재난 상황을 보상해주듯이 희망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은 까닭이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덕분에 언옵테늄을 이용한 최첨단 발명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왔다. 기술선진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발명품의 실용화를 추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운석으로 파괴된 땅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다. 도시에는 초전도 레일이 깔렸고, 사물인터넷으로 무장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섰으며, 사람 손톱보다도 더 작아진 초소형 컴퓨터가 등장했다. 그외에도 먼 미래의 물건으로만 느껴졌던 것들이 현실세계로 튀어나왔다. 세상이 언옵테늄을 동력원 삼아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운석 충돌은 인류에게 재난인 동시에 기회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60년 뒤, 2080년 8월 현재.